현대 탁구의 변화상과 라켓 개발의 방향에 대해
길고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이제는 세계 탁구계가 새로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신진 세력이 급부상하면서 탁구 경기의 양상도 젊은 세력들에 의해 많이 바뀌고 있죠.
은퇴한 티바의 삼소노프 선수의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거의 탁구는 중진에서 버티는 힘과 회전력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르브론 형제의 모습에서 현대 탁구가 더욱 더 전진 압박에 중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의 경기 전형의 변화는 용품 변화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넥시는 7세대로 접어 들면서 변화하는 탁구 경기의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 라인업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세대 제품으로 크게 인기를 누려오면서 장기간 판매 되었던 스테디셀러 두 제품이 이런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변경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제품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탁구계의 흐름 변경에 대해 짚어 보려고 합니다.
탁구계의 전형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
과거 탁구계는 다양한 전형들이 인기를 누렸습니다.
크게 양분하면 핌플인 러버를 주력으로 하는 유럽 탁구는 양핸드 드라이브 전형, 혹은 올라운드 전형이 강세를 띠었고, 대표적인 선수로
삼소노프 선수와 페르손 선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안재형 선수가 올라운드 전형으로 불리웠습니다.
이런 올라운드 전형 선수들은 공이 탁구대 바깥으로 나오기를 기다려서 드라이브를 걸고 랠 리가 진행되면 뒤로 물러나서 안정적인 스텝을
밟으면서 회전력을 기반으로 중진 드라이브 랠리를 이어갔죠.
한국 탁구를 이끌어 갔던 일펜 전형의 유남규, 이철승 선수들의 경우도 크게 보면 이런 올라운드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류궈량, 덩야핑, 현정화 선수 등 과거 숏핌플 러버를 사용했던 선수들은 탁구대 앞에 바짝 붙어서 탁구를 친다고 해서 전진공격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핌플 아웃 계열의 러버가 변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경계하는 움직임이 많았고, 동양에서는 힘이 부족하니 탁구대에
바짝 붙어 선제를 잡는 형태로, 즉 회전보다는 타이밍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형들이 현대적인 탁구에서는 크게 무색해 졌습니다.
바나나플릭과 현대 탁구의 흐름 변화
지금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바나나플릭은 중국의 소수 선수들이 사용하던 매우 선진적인 기술이었습니다.
탁구대 앞에 바짝 붙어 회전을 이겨 내면서 선제를 잡기 위해서는 회전을 덜 타면서 변화가 있는 숏핌플 러버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시의 생각을 깨고
장지커나 판젠동 등의 선수들이 평면 러버를 사용해서 낮은 공을 탁구대 안에서 걷어 올리기 시작하면서 탁구 경기의 흐름은 크게 바뀌게 됩니다.
탁구대 바깥으로 나오는 공만 드라이브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무너지게 되었고, 현대 탁구는 심지어 넷트보다 낮은 공도 탁구대 위에서
짧은 스윙으로 공격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적 변화에 맞물려 일본의 하리모토 선수가 등장하고 이제는 르브론 형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탁구는 탁구대 위에서 회전을 걸어 넘기는
강한 공격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탁구대의 변화가 미치는 기술적 변화
이런 변화의 흐름에는 탁구대의 변화도 한 몫 하게 됩니다.
과거의 탁구대들이 바운드가 조금 낮으면서 많이 꺾이는 형태가 많았던 데 반해 현대적인 경기에 사용되는 다수 탁구대들은 바운드가 조금 높으면서
공이 서는 타이밍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탁구대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정점이 잘 보이고 또 공격할 때 공의 위치도 근소하게 더 높기 때문에 바나나플릭 등의 기술을 사용해서 선제를
잡기가 더 용이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의 흐름을 쫒아가지 못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탁구 스타일을 유지하던 발트너, 페르손, 티모볼, 삼소노프 등의 선수들이 건재할 때에는 바나나플릭과 대상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신진 세력에 비해 과거의 양핸드 드라이브, 혹은 올라운드성 전형들이 대등하게 경기를 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제 과거의
전형을 유지했던 선수들이 퇴장하고 판젠동, 하리모토, 르브론 형제 등 전진 압박을 위주로 하는 선수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그런 흐름은 더욱 더
분명해 보입니다.
공의 변화와 탁구 경기의 흐름 변화
탁구대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용구의 변화는 바로 공입니다.
과거 셀룰로이드 재질의 공은 회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서 강하게 뿌리면 변화가 심해서 위력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경기에서
ABS 공이 대세가 되면서 그런 회전에 의한 변화는 더욱 적어졌습니다.
공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할 얘기들이 있는데요, 최초 ITTF에서 셀룰로이드 재질을 금지했을 때 플라스틱으로 공을 만들면 이음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이음매가 있을 경우 플라스틱 공은 이음매 주변에 충격이 몰리면서 깨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음매가 없는 공이
한때 대세를 이루었지만 이음매가 없는 공의 제조 방법이 특허 기술이었으므로 타 업체들에서는 생산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공 생산
업체들은 깨지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공들을 생산, 판매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의 여러 재질 중에서도 잘 깨지지 않는 ABS 재질이 발굴되었고, 이 재질을 사용하면서 비로소 이음매가 있으면서도
강한 공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ABS 재질은 우그러 뜨리면 쉽게 우그러지는 특성이 있어 탁구공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왔지만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면서 과거 셀룰로이드
공과 유사한 타구 감각으로 점점 더 발전해 왔고, 지금은 잘 깨지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경쾌한 타구 감각을 가진 ABS 공들이 대량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ABS 재질 공들은 기본적으로 회전량이 적습니다. 그러므로 중진 드라이브에서 힘을 사용한 플레이는 중요하지만 회전량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반면에 공 재조 기술이 좋아지면서 바운드는 초창기 공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그러므로 높은 바운드를 이용한 탁구대 위에서의 선재 공격이 더 용이해 졌습니다.
이상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현대적인 탁구는 전진 압박이 매우 중요해 졌고, 탁구대 위에서 선재를 잡아 강하게 걸고 들어가는 형태의
전형들이 득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용품 업계의 변화를 염두에 둔다면 필연적으로 라켓의 디자인에도 변화가 필요하죠.
넥시의 1세대 명품 오스카, 7세대 오스카 클래식으로 재탄생 하다.
넥시의 1세대 제품들은 타사 제품들이 가는 방향과 다른 결을 찾기 위해 도전한 첫 제품들이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제품 중 하나로 오스카가 있는데요,
오스카는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전무했던 최초의 히노피 표층의 이너 파이버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래 히노키 표층의 블레이드들은 히노키가 가진 우수한 성질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표층 히노키와 특수 소재 사이에 아무 목재도 넣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넥시는 히노키 표층 아래 하나의 소재를 추가함으로써 히노키가 가진 성질을 조금 완화하면서 파워를 업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오스카는 무려 16년 동안 롱런한 히트 상품이 되었죠.
본래 히노키 목재는 늘어붙는 듯한 타구 감각이 특징으로, 이 면을 잘 살리면 매우 편안하게 선재를 잡을 수 있으나 이 성질을 잘못 이용하면 공이
점점 더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 자꾸 라켓을 누르게 됩니다. 그 결과 공이 두껍게 맞지 못 하고 얇게 맞는 형태로 드라이브 자세가 변경되기도 하죠.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 히노키 표면의 성질을 조금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넥시는 히노키 표층의 두께를 절반으로 줄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중립적이면서 단단하게 받쳐 주는 감각을 2번째 층에 가미함으로써 매우 정확하게 컨트롤 되면서도 강한 한방이 쉽게 구사되는
오스카라는 명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오스카는 매우 강력한 블레이드로 공격적 스타일에 잘 맞는 블레이드였습니다.
그러나 공의 변경이 일어난 지금 시점에서는 대상 플레이에서 더 강한 힘을 어떻게 실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또 하나의 과제로 추가되게 되었죠.
즉 과거의 블레이드 설계가 전반적으로 중후진 전체를 고려한 균형감, 그리고 랠리에서 밀리지 않는 강력함을 기반으로 한다면, 현대적인 경기에서는
랠리에서의 타격감에 더해서 전진 플레이시 더 강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채는 동작을 할 때 위력과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하는 점이 더욱 더 중요해
졌습니다.
오스카 클래식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전진에서의 강력함을 위한 변경이 가해졌습니다.
기존의 오스카가 가지고 있는 균형점에서 조금 더 파워가 증가하고 순간적인 임팩트시 빠르게 반응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ALC 소재는 기존 소재에서 조금 더 두꺼우면서 다른 형태로 직조된 소재가 사용되었고, 전체적인 두께도 조금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넥시의 7세대가
적용하고 있는 강화된 압착 접착 방식으로 인해 파워 증가에 비하면 두께 증가는 소폭에 그치고 있습니다.
오스카 클래식의 등장으로 오스카는 두 개의 라인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진에서의 연결 용이성을 기반으로 강한 회전력과 파워, 그리고 컨트롤 능력을 두루 염두에 두면서도 그 균형점을 추구하고 있는 전형적인 드라이브
블레이드로서의 오스카와, 현대적인 경기 스타일에 맞도록 변형되어 빠른 임팩트에서의 반응성을 높이고 기본 파워가 조금 더 증가된 오스카 클래식,
이 두 가지 라인이 여러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스카의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한 퍼포먼스에 만족하셨던 분들이라면 한층 더 강화된 전진 공격 능력에 호기심을 가지실 듯 합니다.
넥시의 성장 견인차, 한니발의 재탄생, 한니발 클래식
한니발은 일펜 위주의 한국 시장이 쉐이크핸드 보급 확대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세를 차지한 히노키 표면의 카본 블레이드 전통을 유지한
넥시의 대표적 수작입니다.
기존의 히노키 블레이드들이 감각적으로 조금 더 둔해지는 단점을 갖는 면을 고려해서 중층 소재를 경쾌한 것으로 변경해서 카본 라켓이지만
목재 라켓과 유사한 경쾌한 타구감을 추구했고, 당시 많은 분들이 한니발을 주력 블레이드로 선택했죠.
그렇지만 한니발의 경우 오스카보다 더 두꺼운 히노키 표층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가격대와 때때로 이어지는 품절 사태를 겪어야 했습니다.
7세대로 이어오면서 넥시는 한니발의 기본적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공급에 문제가 없는 북미산 히노키 소재 발굴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한니발 클래식은 기존의 한니발이 가졌던 여러 특징들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기존의 한니발이 일본의 키소 히노키 소재를 사용한 고급 라인으로 존재한다면 한니발 클래식은 조금 더 접근이 쉬운 가격대에서 대중화를
목표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두께의 증가입니다. 압착 접착으로 표면적인 두께 증가는 많지 않지만 실제 소재상의 두께 변화가 커서 기존 라켓보다
더 파워가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변화된 현대 탁구의 흐름을 반영한 것입니다.
전진에서 잡아 채는 공격을 할 때 물컹하게 반응하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표층 교체로 단단함을 더하고 전체 두께 증가로 파워를 늘린 것입니다.
최초 한니발을 출시할 때 넥시는 이 라켓을 100년 동안 판매하고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한니발 클래식의 등장으로 이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한니발이 부드러운 타구 감각의 전통적인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의 계보를 따른다면, 한니발 클래식은 전진에서 한 발짝 더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더 강한 힘과 순간적인 반응성을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 연결과 강함을 위주로 한다면 한니발, 빠른 반응성을 위주로 한다면 한니발 클래식으로 선택이 갈리게 될 것입니다.
넥시의 7세대 한니발 클래식으로 현대적인 스타일의 탁구에 도전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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